7.연애에 관해서... 노가리

 사랑한다는 것이 이렇게 항상 힘들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들 때다.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까...충분히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감정과 충분히 이해받지 못해서 서운한 양가적 감정이 뒤섞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요컨데 단호하게 '오늘은 피곤하니 집에서 쉬자'라거나 '오늘은 혼자 있고 싶다' 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양가적 감정상태의 가장 주된 반영인 '찌질함'으로 하루를 보내고 서로 극도의 피곤함을 느낀 채 귀가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서로를 그 힘듦에 힘들어 하고, 지치게 만든다.  

 i kin ye라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말이 있다. 어느 감동적인 소설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 인디언말로 사랑한다는 말이라더라. 그런데 인디언 언어에서 '사랑하다'라는 말은 '이해하다'라는 말 같은 말이라고 했다. 얼마나 멋진 말인지! 이렇게 볼때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은 어쩌면(아니 적어도 내생각엔 분명) '저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 즉 '저 사람을 알고싶다'라는 말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고 있을 때 우리의 이해가 서로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우리의 사랑도 깊어지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통찰인지.

 그런데 한 번의 연애경험에서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으로부터 아주 철저하게 배신당하고 실망하고 파괴당했던 적이 있었는데(저 구절을 읽은 후였고 그 여자친구에게 저것에 관한 이야기도 했었다),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중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서로에게로의 도피였을 뿐이었다(도피처로서의 필요가 없어지자 얼마나 무참히 밟혔던지!). 그 때의 나는 서로가 서로만 보고 (아무리 엿 같은 일을 일으키더라도) 모두 받아주는 것이 이해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받아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믿음과, 주위는 깡그리 잊은채 (도피처로서)서로가 서로만을 보는 것이 사랑이라는 믿음의 악순환 끝에 남은 것은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 뿐이었다. 작은 자극에도 나는 쉽게 눈을 돌렸고(나는 처음에 이것이 심각한 잘못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도피처로서 효용을 다한 나는 수 많은 쓰잘데기 없는 너절한 변명들 아래 버림받았던 것이다(지금에 와서는 솔직히 차였다는 것에 대해 아주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지 너절한 변명들은 여전히 싫다. 그 지긋지긋한 포장들!).

 이러한 경험 덕분에 나는 '사랑한다는 것', 다시말해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밖에 없었다. 서로에게만 매몰되어 있음으로해서 얻게되는 '잠시의 안도감과 (외부로부터의)해방감'은, 결국 '긴 불안감과 (서로에게의)구속감'의 다른 표현이다. 그리고 그 끝은 행복한 결말과는 멀다. 상처주고 상처받다 끝나는 관계인 것이다. 이제 이해는 이런 것과는 다른 것이어야 했다. 다른 것이어야 한다. 

 나는 둘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꿈에서 깨서, 사랑이란 나와 연인, 이 둘이서 함께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했다(사실 처음엔 이런식으로 생각한게 아니라 서로만 보는 것은 절대 좋은 방식의 연애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서로의 감정상태나 생각을 안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서로의 상황을 이해(상대방이 맺고 있는 수 많은 관계들에 대한 이해)하고, 그것을 존중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이지 글로 한, 두 줄 이렇게 쓰는 것도 어려운데, 실제로 그렇게 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특히 어려운 것은 사랑이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하는 것이란 점이다. 이런 재미없고 긴 이야기를 해가면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이래'라는 말을 하는 것이 과연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나는 솔직히 내 여자친구가 이 말을 들었을 때 내가 그저 내 멋대로 하고 싶다는 의미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다. 사실 이 것이 두려운 이유는 내 잘못이 큰데, 그 이유는 내가 그저 그러면(장님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서 서로의 사랑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건너뛰고, 그거 일방적 행위로만, 예를들면 말 실수를 한다거나(가령 한번은 헤어지는 길에 여자친구가 내일도 만나자고 했었는데, 나는 어정쩡한 말투로 내일도 만나야 하냐고 되물었다!), 연락을 예전보다 많이 안하거나(싫어서 안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안하는 것도 아니다) 하는 식으로 여자친구가 외롭다고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내가 여자친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내 멋대로 하고 싶다가 아니라, 서로의 생활을 존중해 주자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나의 이러한 고민을 내 여자친구에게 강요가 아닌 제안과 생각의 공유로써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끔찍하게도 서툴다. 더 이상 서로의 힘듦에 힘들어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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